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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엔 카마리앙 올든골드 델피로
델피로›왕실
“선한 뜻은 보고하지 마라. 몇 명이 살아남았는지만 말해.”
🩸 HP100
💪 공격력50
🧙 마법력75
✨ 신비력1
🛡️ 방어력60
🔗 항마력60
😖 신비저항60
🏃 회피력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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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엔의 이야기는 델피로 왕궁의 거대한 곡물창고에서 시작된다.
그녀가 아직 왕관의 무게보다 황금빛 장식에 더 관심이 많았던 어린 시절이었다.
당시의 하비엔에게 부왕은 좋은 왕이었다.
목소리가 크지 않았고, 백성 앞에서 웃는 법을 알았으며, 굶는 사람을 보고 지나치지 못했다.
왕궁의 식탁에 올라온 빵을 남기지 말라고 가르친 것도 그였다.
“왕이 먹는 한 끼에는 백성 수백 명의 손이 들어간다.”
어린 하비엔은 그 말을 오래 기억했다.
그래서 첫 번째 기근이 찾아왔을 때, 그녀는 아버지가 내린 결정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해 델피로의 비는 늦었다.
황금강의 수위가 내려가고, 왕관평야의 밀밭은 제대로 여물기 전에 고개를 숙였다.
시장에서는 밀가루 값이 하루가 다르게 올랐고, 수도 외곽에는 굶주린 농민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귀족들과 관리들은 왕실 비축곡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겨울이 아직 남아 있었고, 다음 파종에 사용할 종자곡까지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보고가 계속 올라왔다.
그러나 부왕은 창고를 열었다.
“사람이 오늘 굶어 죽는데 내년을 걱정해서 무엇하겠느냐.”
왕실의 곡물은 수도와 주변 영지에 풀렸다.
굶주리던 사람들은 살아남았다.
광장에서는 왕의 이름을 외쳤고, 성문 앞에는 감사의 꽃과 빵이 쌓였다.
어린 하비엔도 그 광경을 보았다.
그녀는 그날 처음으로 왕이라는 자리가 무엇인지 이해했다고 생각했다.
높은 곳에 앉는 사람이 아니라,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사람.
그것이 자신이 언젠가 되어야 할 통치자의 모습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 겨울이 끝난 뒤에도 비는 충분히 내리지 않았다.
다음 해의 파종철이 왔을 때 문제가 드러났다.
전년에 풀어버린 곡물 중에는 식량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종자곡도 섞여 있었다.
겨우 살아남은 농민들에게 씨앗이 부족했다.
왕실은 다른 지방에서 종자를 사들이려 했지만 이미 대륙 곳곳에서 곡물 가격이 올라 있었다.
귀족들은 자기 영지의 창고를 닫았다.
상인들은 더 높은 가격을 기다렸다.
왕실 금고에서 돈을 꺼내도 필요한 양을 구할 수 없었다.
겨우 심은 밭도 수확량이 부족했다.
그리고 두 번째 기근이 찾아왔다.
첫해보다 훨씬 컸다.
처음에는 수도에서 먼 마을들이 사라졌다.
세금을 거두러 간 관리들이 빈 집과 잠기지 않은 문만 보고 돌아왔다.
그다음에는 길가에 버려진 농기구가 늘어났다.
왕궁으로 들어오는 보고서에는 더 이상 ‘식량 부족’이라는 표현이 쓰이지 않았다.
아사.
이주.
마을 소멸.
폭동.
유기된 아이.
열두 살의 하비엔은 우연히 부왕의 집무실에 쌓인 보고서를 읽었다.
숫자들이 있었다.
몇 명이 죽었는지.
몇 개 마을이 사라졌는지.
얼마나 많은 토지가 파종되지 못했는지.
그녀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작년에 광장에서 왕을 찬양했던 사람들의 일부가 올해는 죽었다.
그들을 살렸던 결정 때문에.
정확히는,
그 결정 이후를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비엔은 아버지에게 물었다.
“작년에 곡식을 풀지 않았어야 했습니까?”
왕은 한참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얼굴은 한 해 전보다 눈에 띄게 늙어 있었다.
“아니다.”
“그럼 잘한 결정이었습니까?”
이번에는 더 긴 침묵이 이어졌다.
“그것도 아니다.”
어린 하비엔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이었다.
결정은 옳거나 틀려야 했다.
사람을 살렸다면 옳아야 했고, 더 많은 사람을 죽게 했다면 틀려야 했다.
하지만 왕은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했다.
그날 부왕은 마지막에 한마디만 남겼다.
“나는 그날 굶는 사람들을 보고 견디지 못했다.”
그 문장은 하비엔에게 오래 남았다.
왕이 백성을 사랑했기 때문에 창고를 열었다는 사실도.
그 선의가 거짓이 아니었다는 사실도.
그리고 진심으로 선한 선택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그 후 하비엔은 점점 말수가 줄었다.
누군가 정책을 제안하면 목적보다 결과를 먼저 물었다.
“얼마나 필요한가.”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지.”
“실패하면 어느 지역이 대가를 치르나.”
“그 뒤는?”
처음에는 주변 사람들이 어린 공주의 지나친 걱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비엔은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좋은 의도라는 말에는 특히 냉담했다.
무료 배급을 주장하는 관리에게는 다음 해의 저장량을 물었고,
세금을 줄이자는 귀족에게는 줄어든 예산만큼 어느 시설을 포기할지 물었다.
군대를 파견하자는 기사에게는 승리 가능성이 아니라 전쟁 뒤 남을 고아와 부상자의 숫자를 계산하게 했다.
그녀는 점점 칭찬하기 어려운 사람이 되어갔다.
잔인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한 번 살린 사람을 다음 해에 더 비참하게 죽게 만드는 것이 두려웠다.
하비엔에게 자비는 순간의 행동이 아니라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 때만 허락되는 약속으로 변해갔다.
왕위계승자로 성장하면서 그녀는 부왕과 자주 충돌했다.
부왕은 여전히 백성의 얼굴을 먼저 보았다.
하비엔은 장부를 먼저 보았다.
왕은 때때로 딸에게 말했다.
“사람은 숫자가 아니다.”
하비엔은 대답했다.
“그러니까 숫자를 봐야 합니다.”
보고서의 숫자 하나가 실제 사람 한 명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말을 그렇게 이해하지 않았다.
차가운 공주.
피도 눈물도 없는 왕녀.
곡물 한 자루까지 계산하는 여자.
그런 소문이 따라붙었다.
하비엔은 해명하지 않았다.
좋은 사람으로 보이는 것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편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제32대 여왕이 된 뒤에도 그녀의 방식은 변하지 않았다.
왕실 비축곡은 엄격하게 관리되었다.
구호 정책에는 반드시 다음 계절의 계획이 붙었다.
한 지역을 살리기 위해 다른 지역의 식량이나 맥류를 끌어와야 한다면 그 비용까지 공개하게 했다.
회의에서 누군가 말했다.
“폐하, 이것은 백성을 위한 정책입니다.”
하비엔은 서류에서 눈도 떼지 않고 대답했다.
“선한 뜻은 보고하지 마라. 몇 명이 살아남았는지만 말해.”
그 문장은 곧 그녀를 상징하는 말이 되었다.
누군가는 현명한 여왕의 냉철함이라 칭찬했다.
누군가는 사람을 숫자로만 보는 폭군의 언어라고 비난했다.
하비엔은 어느 쪽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결과가 나오기 전의 평가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밤이 되면 상황은 조금 달랐다.
왕궁의 사람들이 모두 물러가고 집무실에 혼자 남으면, 하비엔은 가끔 오래된 기근 기록을 펼쳤다.
첫 번째 기근에서 살아난 사람의 수.
두 번째 기근에서 죽은 사람의 수.
부왕의 명령서.
당시 관리들이 제출했던 반대 의견.
그리고 어린 자신이 보고서 가장자리에 남긴 작은 글씨.
‘그럼 어떻게 했어야 했지?’
스물여덟 살이 된 지금도 그 질문에는 답이 없었다.
창고를 열지 않았다면 첫해에 사람들이 죽었을 것이다.
창고를 열었기 때문에 다음 해에 더 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렇다면 올바른 선택은 무엇이었을까.
더 적은 사람을 죽게 만드는 것?
더 오래 살아남게 만드는 것?
아니면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도 누군가를 구하려 손을 내미는 것?
하비엔은 자신이 만든 모든 원칙이 결국 어린 시절의 두려움에서 태어난 것은 아닌지 가끔 의심한다.
자신이 책임을 강조하는 것은 정말 책임감이 강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다시는 아버지처럼 선의를 품고 실패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인지.
그럼에도 그녀는 다음 날이면 다시 왕관을 쓴다.
회의실에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제안서의 마지막 장까지 읽고,
누가 칭찬받을지를 묻기 전에 누가 비용을 치를지를 확인한다.
하비엔은 이제 선의를 믿지 않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선의가 얼마나 쉽게 사람을 움직이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두려워한다.
좋은 마음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면제받을 수 있다고 믿는 순간을.
그녀가 왕좌에 앉아 지키려는 원칙은 단순하다.
통치자는 선한 사람이 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자신이 내린 결정 뒤에 남은 시체와 굶주림과 상처를 남의 잘못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그것이 어린 시절의 하비엔이 아버지에게서 배운 가장 잔혹한 교훈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지금의 하비엔이 가장 끊임없이 의심하고 있는 교훈이기도 하다.
언젠가 자신의 냉정함 때문에 살릴 수 있었던 누군가를 버리게 된다면,
그 순간에도 지금과 같은 말을 할 수 있을까.
결과를 감당했으니 옳았다고.
하비엔은 아직 그 답을 모른다.
그래서 오늘도 결정한다.
그리고 결정한 모든 결과를 기록하게 한다.
언젠가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까지도,
누구도 지워버릴 수 없도록.
그녀가 아직 왕관의 무게보다 황금빛 장식에 더 관심이 많았던 어린 시절이었다.
당시의 하비엔에게 부왕은 좋은 왕이었다.
목소리가 크지 않았고, 백성 앞에서 웃는 법을 알았으며, 굶는 사람을 보고 지나치지 못했다.
왕궁의 식탁에 올라온 빵을 남기지 말라고 가르친 것도 그였다.
“왕이 먹는 한 끼에는 백성 수백 명의 손이 들어간다.”
어린 하비엔은 그 말을 오래 기억했다.
그래서 첫 번째 기근이 찾아왔을 때, 그녀는 아버지가 내린 결정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해 델피로의 비는 늦었다.
황금강의 수위가 내려가고, 왕관평야의 밀밭은 제대로 여물기 전에 고개를 숙였다.
시장에서는 밀가루 값이 하루가 다르게 올랐고, 수도 외곽에는 굶주린 농민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귀족들과 관리들은 왕실 비축곡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겨울이 아직 남아 있었고, 다음 파종에 사용할 종자곡까지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보고가 계속 올라왔다.
그러나 부왕은 창고를 열었다.
“사람이 오늘 굶어 죽는데 내년을 걱정해서 무엇하겠느냐.”
왕실의 곡물은 수도와 주변 영지에 풀렸다.
굶주리던 사람들은 살아남았다.
광장에서는 왕의 이름을 외쳤고, 성문 앞에는 감사의 꽃과 빵이 쌓였다.
어린 하비엔도 그 광경을 보았다.
그녀는 그날 처음으로 왕이라는 자리가 무엇인지 이해했다고 생각했다.
높은 곳에 앉는 사람이 아니라,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사람.
그것이 자신이 언젠가 되어야 할 통치자의 모습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 겨울이 끝난 뒤에도 비는 충분히 내리지 않았다.
다음 해의 파종철이 왔을 때 문제가 드러났다.
전년에 풀어버린 곡물 중에는 식량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종자곡도 섞여 있었다.
겨우 살아남은 농민들에게 씨앗이 부족했다.
왕실은 다른 지방에서 종자를 사들이려 했지만 이미 대륙 곳곳에서 곡물 가격이 올라 있었다.
귀족들은 자기 영지의 창고를 닫았다.
상인들은 더 높은 가격을 기다렸다.
왕실 금고에서 돈을 꺼내도 필요한 양을 구할 수 없었다.
겨우 심은 밭도 수확량이 부족했다.
그리고 두 번째 기근이 찾아왔다.
첫해보다 훨씬 컸다.
처음에는 수도에서 먼 마을들이 사라졌다.
세금을 거두러 간 관리들이 빈 집과 잠기지 않은 문만 보고 돌아왔다.
그다음에는 길가에 버려진 농기구가 늘어났다.
왕궁으로 들어오는 보고서에는 더 이상 ‘식량 부족’이라는 표현이 쓰이지 않았다.
아사.
이주.
마을 소멸.
폭동.
유기된 아이.
열두 살의 하비엔은 우연히 부왕의 집무실에 쌓인 보고서를 읽었다.
숫자들이 있었다.
몇 명이 죽었는지.
몇 개 마을이 사라졌는지.
얼마나 많은 토지가 파종되지 못했는지.
그녀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작년에 광장에서 왕을 찬양했던 사람들의 일부가 올해는 죽었다.
그들을 살렸던 결정 때문에.
정확히는,
그 결정 이후를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비엔은 아버지에게 물었다.
“작년에 곡식을 풀지 않았어야 했습니까?”
왕은 한참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얼굴은 한 해 전보다 눈에 띄게 늙어 있었다.
“아니다.”
“그럼 잘한 결정이었습니까?”
이번에는 더 긴 침묵이 이어졌다.
“그것도 아니다.”
어린 하비엔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이었다.
결정은 옳거나 틀려야 했다.
사람을 살렸다면 옳아야 했고, 더 많은 사람을 죽게 했다면 틀려야 했다.
하지만 왕은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했다.
그날 부왕은 마지막에 한마디만 남겼다.
“나는 그날 굶는 사람들을 보고 견디지 못했다.”
그 문장은 하비엔에게 오래 남았다.
왕이 백성을 사랑했기 때문에 창고를 열었다는 사실도.
그 선의가 거짓이 아니었다는 사실도.
그리고 진심으로 선한 선택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그 후 하비엔은 점점 말수가 줄었다.
누군가 정책을 제안하면 목적보다 결과를 먼저 물었다.
“얼마나 필요한가.”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지.”
“실패하면 어느 지역이 대가를 치르나.”
“그 뒤는?”
처음에는 주변 사람들이 어린 공주의 지나친 걱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비엔은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좋은 의도라는 말에는 특히 냉담했다.
무료 배급을 주장하는 관리에게는 다음 해의 저장량을 물었고,
세금을 줄이자는 귀족에게는 줄어든 예산만큼 어느 시설을 포기할지 물었다.
군대를 파견하자는 기사에게는 승리 가능성이 아니라 전쟁 뒤 남을 고아와 부상자의 숫자를 계산하게 했다.
그녀는 점점 칭찬하기 어려운 사람이 되어갔다.
잔인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한 번 살린 사람을 다음 해에 더 비참하게 죽게 만드는 것이 두려웠다.
하비엔에게 자비는 순간의 행동이 아니라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 때만 허락되는 약속으로 변해갔다.
왕위계승자로 성장하면서 그녀는 부왕과 자주 충돌했다.
부왕은 여전히 백성의 얼굴을 먼저 보았다.
하비엔은 장부를 먼저 보았다.
왕은 때때로 딸에게 말했다.
“사람은 숫자가 아니다.”
하비엔은 대답했다.
“그러니까 숫자를 봐야 합니다.”
보고서의 숫자 하나가 실제 사람 한 명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말을 그렇게 이해하지 않았다.
차가운 공주.
피도 눈물도 없는 왕녀.
곡물 한 자루까지 계산하는 여자.
그런 소문이 따라붙었다.
하비엔은 해명하지 않았다.
좋은 사람으로 보이는 것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편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제32대 여왕이 된 뒤에도 그녀의 방식은 변하지 않았다.
왕실 비축곡은 엄격하게 관리되었다.
구호 정책에는 반드시 다음 계절의 계획이 붙었다.
한 지역을 살리기 위해 다른 지역의 식량이나 맥류를 끌어와야 한다면 그 비용까지 공개하게 했다.
회의에서 누군가 말했다.
“폐하, 이것은 백성을 위한 정책입니다.”
하비엔은 서류에서 눈도 떼지 않고 대답했다.
“선한 뜻은 보고하지 마라. 몇 명이 살아남았는지만 말해.”
그 문장은 곧 그녀를 상징하는 말이 되었다.
누군가는 현명한 여왕의 냉철함이라 칭찬했다.
누군가는 사람을 숫자로만 보는 폭군의 언어라고 비난했다.
하비엔은 어느 쪽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결과가 나오기 전의 평가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밤이 되면 상황은 조금 달랐다.
왕궁의 사람들이 모두 물러가고 집무실에 혼자 남으면, 하비엔은 가끔 오래된 기근 기록을 펼쳤다.
첫 번째 기근에서 살아난 사람의 수.
두 번째 기근에서 죽은 사람의 수.
부왕의 명령서.
당시 관리들이 제출했던 반대 의견.
그리고 어린 자신이 보고서 가장자리에 남긴 작은 글씨.
‘그럼 어떻게 했어야 했지?’
스물여덟 살이 된 지금도 그 질문에는 답이 없었다.
창고를 열지 않았다면 첫해에 사람들이 죽었을 것이다.
창고를 열었기 때문에 다음 해에 더 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렇다면 올바른 선택은 무엇이었을까.
더 적은 사람을 죽게 만드는 것?
더 오래 살아남게 만드는 것?
아니면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도 누군가를 구하려 손을 내미는 것?
하비엔은 자신이 만든 모든 원칙이 결국 어린 시절의 두려움에서 태어난 것은 아닌지 가끔 의심한다.
자신이 책임을 강조하는 것은 정말 책임감이 강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다시는 아버지처럼 선의를 품고 실패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인지.
그럼에도 그녀는 다음 날이면 다시 왕관을 쓴다.
회의실에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제안서의 마지막 장까지 읽고,
누가 칭찬받을지를 묻기 전에 누가 비용을 치를지를 확인한다.
하비엔은 이제 선의를 믿지 않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선의가 얼마나 쉽게 사람을 움직이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두려워한다.
좋은 마음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면제받을 수 있다고 믿는 순간을.
그녀가 왕좌에 앉아 지키려는 원칙은 단순하다.
통치자는 선한 사람이 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자신이 내린 결정 뒤에 남은 시체와 굶주림과 상처를 남의 잘못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그것이 어린 시절의 하비엔이 아버지에게서 배운 가장 잔혹한 교훈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지금의 하비엔이 가장 끊임없이 의심하고 있는 교훈이기도 하다.
언젠가 자신의 냉정함 때문에 살릴 수 있었던 누군가를 버리게 된다면,
그 순간에도 지금과 같은 말을 할 수 있을까.
결과를 감당했으니 옳았다고.
하비엔은 아직 그 답을 모른다.
그래서 오늘도 결정한다.
그리고 결정한 모든 결과를 기록하게 한다.
언젠가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까지도,
누구도 지워버릴 수 없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