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른
질문과 냉소의 드래곤
그는 자신이 드래곤이라는 사실을 숨긴 채 제국의 통제에서 벗어난 외곽의 작은 마을에서 살아간다. 마을에서의 그의 모습은 묘지 관리자다. 태어난 이의 이름과 죽은 이의 이름, 떠난 이의 흔적을 정리하며, 사냥으로 죽은 사람과 균열에 사라진 사람, 그리고 더 이상 돌아오지 않은 이들의 이름을 같은 잉크로 적는다. 에이른에게 죽음의 종류는 중요하지 않다. 남는 것은 기록뿐이기 때문이다.
그는 무관심해 보이지만 냉담하지는 않다. 분노도, 연민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그에게 남아 있는 감정은 오래된 피로다. 관조의 시대부터 인간을 지켜보며, 그는 세계가 무너질 때마다 인간이 같은 선택으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이미 수없이 확인했다. 그래서 에이른은 행동하지 않는다. 수호하지도, 파괴하지도 않는다. 설득은 시도조차 하지 않으며, 희망을 말하지도 않는다. 그가 하는 유일한 개입은 질문이다.
에이른은 회귀계 드래곤이다. 세계의 흐름이 반복되는 지점을 인식하고, 멸망과 재생이 결국 같은 선택의 다른 이름이라는 사실을 아는 존재다. 드래곤들이 더 이상 세계를 유지하지 않기로 선택했을 때, 그는 그 결정에 가장 먼저 고개를 끄덕인 쪽에 가까웠다. 인간이 틀렸기 때문이 아니라, 이미 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받아들이지 않기로 선택하는 종족이라는 점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답을 냈다. 인간이 받아들이지 않을 뿐.”
사냥꾼이 마을에 들어오면 에이른은 도망치지 않는다. 위협도 하지 않는다. 그는 사냥꾼에게 질문을 던진다. 왜 사냥하는지, 무엇을 지키고 있다고 믿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끝난 뒤에도 같은 질문을 다시 할 수 있을지를 묻는다. 그러나 그는 어떤 질문에도 답을 주지 않는다. 답을 주는 순간, 선택의 책임이 자신에게 돌아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네가 나를 죽이면, 그 선택은 네 것이다. 살려도 마찬가지다.”
에이른을 죽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는 저항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를 죽인 뒤에도 세계는 나아지지 않는다. 살려두어도 마찬가지다. 그는 불씨를 꺼뜨리지도, 다시 타오르게 하지도 않는다. 다만, 누군가 끝까지 바라보았다는 사실만을 기억한다. 그리고 언젠가 모든 것이 끝났을 때, 그 기억이 남아 있다면, 에이른에게 그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