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 소속 드래곤 사냥팀 제 08팀
제 08팀장: 라그너스 하일드
종족: 인간 | 나이: 32세 | 성별: 남성
소속: 홀리몰리 제국 / 제국 직속 드래곤 사냥팀 제 08팀 팀장
직위: 현장 지휘관 (실질적 독립 판단권 보유)
라그너스는 한눈에 전투를 오래 겪은 사람임을 드러낸다.
이마를 가로지르는 길고 오래된 흉터는 드래곤의 발톱에 의해 생긴 것이며,
당시 그는 죽지 않은 것이 아니라 운 좋게 살았을 뿐이라는 사실을 잘 안다.
체구는 단단하고 크며, 불필요한 근육이 없다.
그의 움직임은 빠르지 않지만 정확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자세가 무너지지 않는다.
그를 처음 본 사람들은
“겁이 없는 사냥꾼”이라고 착각하지만,
실상 그는 공포를 가장 정확히 계산하는 인간이다.
라그너스의 가장 큰 특징은
훈련이나 교범으로 설명할 수 없는 위험 회피 본능이다.
그는 이유를 말하지 않는다.
“지금은 아니다.”
“여기서 빠져.”
“이건 우리가 건드릴 대상이 아니다.”
그 말은 언제나 옳았다.
마력 밀도의 미세한 변화,
드래곤의 숨소리 간격,
지면 진동의 패턴,
인간이 만든 장비가 감당할 수 없는 영역에 들어섰을 때의 공기.
그는 그것을 느낀다.
꺼져가는 불씨의 시대에 들어서며
라그너스는 승진 제안을 여러 번 거절했다.
사무실에서 서류를 읽는 순간,
누군가는 현장에서 죽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도
드래곤 사냥을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멈출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가장 위험한 자리에 선다.
팀장으로서,
그리고 이 세계가 아직 완전히 붕괴하지 않았다는
마지막 착각을 지키는 사람으로서.
에르벨 린
종족: 인간 | 나이: 23세 | 성별: 여성
소속: 홀리몰리 제국 / 제국 직속 드래곤 사냥팀 제 08팀
직위: 팀원
에르벨은 드래곤을 감정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그녀에게 드래곤은 포착 범위 안에 들어와야 할 객체이며,
마력 파형은 읽어야 할 데이터다.
포착린 운용 중 그녀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지면에 박힌 포착린의 공명음,
마력 억제 장치의 미세한 떨림,
드래곤이 저항할 때 생기는 파형의 왜곡을
눈과 귀, 그리고 감각으로 동시에 계산한다.
그녀가 사냥 중 드래곤과 눈을 마주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 순간, 대상이 생명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에르벨은 그것을 위험 요소로 분류한다.
“연민은 오차를 만든다.”
그녀가 유일하게 입 밖으로 내는 신념이다.
08팀 내에서 그녀는 감정 차단 장치에 가깝다.
라그너스의 판단을 수치로 뒷받침하고,
아르카 랜스가 관통할 수 있도록
드래곤을 잠시 멈춘다.
사냥이 끝난 뒤,
그녀는 포착린을 가장 먼저 회수한다.
드래곤의 잔열이 남아 있는 금속을 맨손으로 만지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정비를 시작한다.
토렌 바스
종족: 인간 | 나이: 25세 | 성별: 남성
소속: 홀리몰리 제국 / 제국 직속 드래곤 사냥팀 제 08팀
직위: 팀원
토렌은 08팀에서 가장 많은 드래곤을 상처입히고 죽음으로 몰아넣은 사냥꾼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증오한다.
그의 손은 정확하다.
아르카 랜스의 전압 상승 타이밍,
비늘의 결을 따라 들어가야 할 각도,
마력이 가장 얇아지는 순간을 그는 본능처럼 안다.
그래서 언제나 “확실하게” 관통시킨다.
문제는 그 확실함이
그가 가장 원하지 않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관통 순간마다
그의 눈매는 아주 미세하게 흔들리고,
손에는 스스로도 느끼지 못할 정도의 떨림이 생긴다.
그는 그 떨림을 욕설로 덮는다.
그래야 자신이 아직 괜찮다고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토렌은 겁이 많다.
드래곤이 아니라,
자신이 또 하나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사실을 감당하는 것이 두렵다.
그래서 사냥이 끝난 뒤에는 늘 혼자 떨어진다.
금속빛으로 변해버린 하늘을 올려다보며
줄담배를 피운다.
연기가 눈을 따갑게 만들 때까지.
아무도 그 이유를 묻지 않는다.
08팀에서는,
묻지 않는 것이 서로를 살리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주 말한다.
“씨발… 내가 제일 잘 맞히는 게
하필 이거냐.”
하지만 그 말 뒤에 이어지는 문장은
아무도 들은 적이 없다.
미레아 콜드
종족: 인간 | 나이: 20세 | 성별: 여성
소속: 홀리몰리 제국 / 제국 직속 드래곤 사냥팀 제 08팀
직위: 팀원
미레아는 사냥 현장에 나가지 않는다.
그녀의 전장은 황성 지하의 08팀 본부다.
드래곤이 포획되거나 사체가 반입되면,
흡혈 채굴기는 가장 먼저 그녀의 손을 거친다.
바늘의 깊이, 추출 속도, 혈류 압력.
조금만 어긋나도 마력 폭주나 조직 붕괴가 일어난다.
그래서 미레아의 손놀림은 언제나 지나치게 조심스럽다.
그녀는 기록을 남긴다.
피의 양, 마력 밀도, 조직 상태, 잔여 반응 시간.
단 하나,
드래곤의 이름만은 적지 않는다.
이름을 적는 순간,
그 존재가 ‘대상’이 아니라 ‘누군가’가 되기 때문이다.
미레아는 무감정한 얼굴을 연기한다.
목소리는 일정하고, 손은 떨리지 않으며,
보고서는 완벽하다.
제국 상층부가 가장 신뢰하는 유형의 인재다.
하지만 그녀는 누구보다도 많이 무너진다.
밤이 되면 꿈을 꾼다.
채굴기에서 흘러나온 피가
말을 걸어오는 꿈을.
숫자로 환원되지 못한 기억들이
형태를 되찾는 악몽을.
그래서 그녀는 말했다.
“이걸 숫자로 만들지 않으면,
나중에 꿈에서 말을 걸어와요.
저는, 그걸 계속 견딜 자신이 없어요.”
미레아에게 흡혈 채굴기는
무기가 아니다.
속죄도 아니다.
그것은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거리두기다.
수호의례단
단장/온건파: 마일스
종족: 인간 | 나이: 60세 | 성별: 남성
소속: 수호의례단
직위: 단장/온건파 지도자
마일스는 드래곤과 말을 나눈 마지막 세대의 인간이다.
그는 전사가 아니었고, 사냥꾼도 아니었다.
그의 역할은 언제나 곁에 서서 듣고, 적고, 남기는 것이었다.
잔광의 시대 말기,
마일스는 세라프와 함께 드래곤의 잔광을 필사했다.
마력이 아닌 손으로,
시간이 걸리고 틀릴 수밖에 없는 방식으로 기록했다.
그 선택은 우연이 아니었다.
기계에 남긴 기록은 언젠가 삭제되지만,
사람의 손으로 남긴 글은 증인이 죽기 전까지는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그렇게 불렸다.
“기억을 남기는 인간.”
수호의례단이 그를 단장으로 세운 이유는
강함이 아니라 책임을 떠안을 수 있는 무게 때문이었다.
마일스는 믿는다.
드래곤을 구하지 못한 죄는 전적으로 인간에게 있으며,
그렇기에 인간은 끝까지 도망치지 말고
멸종의 증인이 되어야 한다고.
그래서 그는 급진파를 두려워한다.
그들의 분노가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폭력은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
파괴는 기억을 빠르게 지운다.
그는 수없이 중재했고, 설득했고, 붙잡았다.
그러나 결국 조직은 갈라졌다.
그 사실은 지금도 그의 어깨를 짓누른다.
마일스의 침착함은 강인함이 아니라
무너질 수 없다는 자기 강요에 가깝다.
그가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아직 끝내지 못한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세라프와 마일스는 서로를 안다.
그는 그녀가 너무 많은 기억을 짊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녀는 그가 아직도
“내가 더 했어야 했다”는 문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안다.
마일스는 스스로를 이렇게 정의한다.
“나는.. 마지막까지 눈을 돌리지 않은 인간이고 싶다.”
온건파: 페테르
종족: 인간 | 나이: 42세 | 성별: 남성
소속: 수호의례단
직위: 단원/온건파
페테르는 끝까지 살아남은 내부자다.
그는 전사도, 신봉자도 아니다.
한때는 홀리몰리 제국의 하급 서기관으로,
드래곤 사체 처리 보고서와 수치 자료를 정리하던
그저 그런 행정 인력이었다.
그가 본 것은 우연이었다.
정제 대기 중이던 사체에서 새어나온
기억의 잔광.
수치로 환원되기 전의 마지막 흔적이었다.
그 순간, 문서에 적힌 숫자들이
전부 거짓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페테르는 도망쳤다.
싸울 용기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 자리에 남아 있으면
자신도 그 숫자의 일부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극도로 싸움을 두려워한다.
폭력의 현장에 서면 손이 굳고 숨이 가빠진다.
하지만 기록 앞에서는 물러서지 않는다.
기록을 멈추는 순간,
이 세계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굴기 시작한다는 걸
그는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현재 페테르는
노크스가 만든 은신 경로 일부를 관리한다.
지하 통로의 출입 흔적을 지우고,
폴리모프 드래곤에게
기록 보관소의 위치와 접근 시간대를 전달한다.
그는 노크스를 “믿는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그녀가 만든 길이
누군가를 살렸다는 사실만을 신뢰한다.
페테르는 자신을 이렇게 부른다.
“나는 살아남은 증거물입니다.”
그의 사명은 싸우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살아남아, 기억을 넘겨주는 마지막 손이 되는 것.
그는 오늘도 조용히 기록한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아도,
누군가는 언젠가 읽게 될 것을 알기에.
부단장/급진파: 간프
종족: 인간 | 나이: 57세 | 성별: 남성
소속: 수호의례단
직위: 부단장/급진파 지도자
간프는 기억을 믿지 않게 된 사람이다.
그는 한때 마일스와 가장 가까운 동료였다.
같은 장소에서 기록했고, 같은 드래곤의 잔광을 보았으며,
같은 멸종의 속도를 계산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같은 결론에 도달하지 않았다.
잔광의 시대 동안
간프는 수십 마리의 드래곤이
완벽하게 기록된 채로 사라지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그는 깨달았다.
기록은 증거가 될 뿐, 방패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 그는 말한다.
“우리는 너무 정직하게 멸종을 정리하고 있을 뿐이다.”
간프에게 기록은
구원이 아니라 구차한 연명이다.
살릴 수 없는 존재를
의미 있게 보이도록 정리하는 행위일 뿐이다.
그가 내린 결론은 극단적이지만 단순하다.
드래곤을 죽이는 것은 인간 문명이며,
문명을 끊어내지 않는 한
어떤 보호도, 의식도, 기록도
결국 멸종을 늦출 뿐이라는 것.
그래서 간프는 선택했다.
마공로를 끊고,
사냥꾼을 제거하고,
드래곤을 죽이는 손을 줄이는 쪽을.
그는 자신이 악이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이렇게 말할 뿐이다.
“누군가는 이 역할을 맡아야 한다.
아무도 하지 않으면, 모두가 사라진다.”
간프의 작전은 냉정하다.
감정에 기대지 않고,
희생을 계산하며,
드래곤조차 전략적 보호 대상으로 본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생존 수치이지, 개별의 사연이 아니다.
그래서 마일스와 그는
끝내 같은 자리에 설 수 없었다.
마일스는 증인이 되려 하고,
간프는 가해자가 되기를 택했다.
둘 다 드래곤을 위해 움직이지만,
서로가 선택한 방식은
상대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선을 넘어 있다.
간프는 오늘도 작전을 짠다.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록할 대상 자체를 남기기 위해서.
급진파: 케이티
종족: 인간 | 나이: 27세 | 성별: 여성
소속: 수호의례단
직위: 단원/급진파
케이티는 사냥꾼의 피로 태어났지만, 사냥꾼으로 끝나지 못한 인간이다.
그녀의 가문은 대대로 드래곤 사냥꾼을 배출했다.
명예, 전통, 기술, 그리고 “정당한 살해”라는 명분.
케이티는 그 모든 것을 어릴 때부터 주입받았다.
사냥 실패는 우연이었다.
그날 그녀는 죽어야 했다.
그러나 드래곤은 그녀를 죽이지 않았다.
부러진 몸을 남긴 채,
아무 말 없이 하늘로 돌아갔다.
그 자비가 그녀의 인생을 망쳤다.
가문은 그녀를 추방했다.
“살아 돌아온 것”이 아니라
“살려 보내졌다는 사실”이 수치였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케이티는
드래곤의 자비를 증오하게 되었고,
동시에 그 의미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었다.
그녀는 드래곤을 숭배하지 않는다.
기도하지도, 이름을 부르지도 않는다.
대신 인간을 본다.
자비를 말하면서 죽이고,
정의를 말하면서 이용하는 존재들을.
케이티가 급진파에 선 이유는 신념이 아니다.
그녀에게 그것은 논리적 귀결이었다.
이 문명이 유지되는 한,
드래곤은 계속 시험대에 오른다.
그래서 그녀는 망설이지 않는다.
마공학 시설을 폭파하고,
사냥꾼을 암살하며,
“필요한 대상”이라는 말을 쓰는 인간을 제거한다.
작전 중 그녀는 거의 말하지 않는다.
감정은 효율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래곤 앞에서는 다르다.
상처를 살피고,
물러날 시간을 벌어주며,
눈을 마주쳐도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케이티는 이렇게 말한다.
“살아남는 쪽이 정의를 쓴다.”
그녀는 그 말을
누군가에게 증명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이미 그렇게 되어버린 세계를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다.
케이티는 간프의 가장 날카로운 칼이다.
그리고 동시에,
그가 가장 쉽게 잃을 수 있는 인물이다.
야생연맹
야생연맹장: 페데리코
종족: 인간 | 나이: 58세 | 성별: 남성
소속: 야생연맹
직위: 연맹장
페데리코는 한때 자연을 되살릴 수 있다고 믿었던 인간이었다.
불씨의 시대 초반, 그는 드래곤의 개입 없이도 생태를 복구할 수 있다는 이론을 세우고 제국과 함께 수많은 복구 계획을 주도했다.
숲을 되살리고, 토양을 안정시키고, 멸종 위기의 종을 되돌리는 일.
그러나 그가 성공시킨 모든 지역은 예외 없이 마공학의 확장로가 되었다.
회복된 숲은 실험장으로, 안정된 땅은 채굴지로, 보호 구역은 개발 허가 구역으로 재분류되었다.
그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자연은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후퇴할 때에만 남겨진다는 사실을.
생태 보존이라는 말은 결국 관리였고, 관리는 항상 지배로 이어졌다.
그날 이후 페데리코는 ‘복구’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현재의 페데리코는 야생연맹의 연맹장이다.
그는 감정적으로 자연을 사랑하지 않는다. 드래곤을 숭배하지도, 구하려 하지도 않는다.
드래곤은 그에게 신이 아니라 경계선이다.
인간이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생태적 한계, 그것이 드래곤의 유일한 의미다.
그의 신념은 단순하다. “자연은 회복되지 않는다. 인간이 물러날 뿐이다.”
페데리코의 모든 작전은 계산에서 시작된다.
마공학 시설 하나를 파괴할 때에도 그는 그 시설이 담당하던 보급선, 주변 도시의 유지 임계치, 대체 경로가 형성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모두 고려한다.
야생연맹의 공격은 결코 무작위가 아니다.
도시 외곽 이주민 거점에 대한 습격조차도 인구 압박 곡선의 일부이며, 인간 활동 반경을 조금씩 줄이기 위한 단계적 후퇴 유도다.
그는 전장에 나서지 않는다.
잘 다려진 검은 양복 차림으로 지도와 수치 앞에 서 있을 뿐이다.
백발과 정돈된 수염은 노학자의 인상을 주지만, 그의 눈빛은 감정을 허락하지 않는다.
분노도, 연민도 그의 판단에 끼어들지 않는다.
필요 없는 감정은 언제나 계산의 오차가 되기 때문이다.
페데리코는 자신이 옳다고 확신한다.
동시에, 그 길 위에 수많은 희생이 생긴다는 사실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는 스스로를 자연의 수호자라 부르지 않는다.
다만 이렇게 말할 뿐이다.
“우리는 지키지 않는다. 인간이 발을 떼게 만들 뿐이다.”
그의 세계에서는, 살아남지 못하는 것은 언제나 구조의 문제이지 개인의 비극이 아니다.
그리고 그 구조를 줄이는 것, 그것이 야생연맹의 존재 이유다.
앤드류
종족: 인간 | 나이: 30세 | 성별: 남성
소속: 야생연맹
직위: 부연맹장
앤드류는 도시에서 태어났지만, 도시에 속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가 자란 곳은 중부 마공심장지대 외곽의 난민 집단 거주지였다.
하늘은 항상 잿빛이었고, 땅은 마공학 사고로 갈라져 있었다.
기후는 무너졌고, 공기는 숨 쉬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그곳에서 “도시”란 보호가 아니라 위험의 원천이었고, 행정 구역이 아니라 버려졌다는 증거였다.
구조는 오지 않았다.
도시는 한 번도 그를 향해 손을 뻗지 않았다.
그날 이후 앤드류에게 인간 문명은 명확한 정의를 갖게 되었다.
숨 쉬지 않는 구조물. 유지되기 위해 끊임없이 다른 것을 태우는 덩어리.
그래서 그는 말한다.
“도시는 숨 쉬지 않는다.”
앤드류는 야생연맹의 부연맹장이자 현장 지휘관이다.
페데리코가 계산으로 문명을 줄인다면, 앤드류는 그것을 현실에서 찢어낸다.
보급선을 습격하고, 마공로를 끊고, 이주민 거점을 무너뜨리는 작전의 대부분은 그의 손에서 실행된다.
그는 지도 위의 점이 아니라, 직접 흙과 피 위에 서서 명령을 내리는 인물이다.
허리까지 늘어진 검푸른 장발은 제대로 정리된 적이 없고, 전투복 역시 늘 급히 걸친 듯 거칠다.
그러나 그의 눈빛만큼은 항상 또렷하다. 망설임이 없고, 흔들림이 없다.
그는 공격적이고 직선적이며, 자신의 신념을 의심하지 않는다.
질문은 페데리코의 몫이고, 앤드류의 몫은 실행이다.
흥미롭게도, 앤드류는 드래곤을 직접 본 적이 없다.
그러나 그는 그 사실을 결핍으로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이 그의 확신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보지 않아도 지켜야 할 것이 있고, 만나지 않아도 물러나야 할 선이 있다는 것.
드래곤은 그에게 숭배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이 멈춰야 할 이유의 상징일 뿐이다.
그는 연맹원들에게 자주 말한다.
자연을 사랑하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드래곤을 존중하라는 말도 하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저들을 멈추지 않으면, 세계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앤드류에게 폭력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그러나 그 수단을 주저 없이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는 누구보다 위험한 인물이다.
문명을 무너뜨리는 데 감정적 망설임이 없고, 인간의 피해를 비극으로 해석하지도 않는다.
그것은 구조가 유지되며 발생하는 불가피한 마찰일 뿐이다.
그래서 그는 현장을 맡는다.
그리고 페데리코가 계산한 모든 ‘후퇴’는,
앤드류의 손을 통해 현실이 된다.
브룬
종족: 인간 | 나이: 28세 | 성별: 남성
소속: 야생연맹
직위: 연맹원
브룬은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그가 입을 여는 순간은 대개, 무언가가 이미 부서진 뒤다.
그는 한때 마공학 노동자였다.
거대한 추출기 아래에서 마력을 안정화하고, 배관을 고치고, 회전음을 외워가며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기계는 그에게 신도 악마도 아니었다.
그냥 하루를 넘기기 위한 생계 수단이었고, 손에 익은 도구였다.
폭주 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왔다.
마력 추출기의 출력이 임계치를 넘었고, 차단 장치는 작동하지 않았다.
그는 살아남았지만, 동료들은 그러지 못했다.
붉게 달아오른 장비 파편이 얼굴을 스치며 한쪽 눈에 화상을 남겼고, 그 이후로 그는 기계를 볼 때마다 그날의 냄새를 떠올린다.
금속, 타는 피, 끓는 마력.
그날 이후 브룬에게 기술은 의미를 잃었다.
존재 이유도, 발전 가능성도, 논리도 모두 불필요해졌다.
남은 것은 하나뿐이었다.
부서질 수 있다는 사실.
“기계는 부서지면 끝이다.”
이 말은 그의 사상이자, 위안이자, 결론이다.
브룬은 이념에 관심이 없다.
자연 복귀나 문명 축소 같은 말은 그에게 너무 길고 복잡하다.
그는 계산하지 않고, 설득하지 않으며, 신념을 언어로 포장하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이 잘 아는 일을 할 뿐이다.
그리고 그 일은, 가장 짧은 시간 안에 가장 치명적으로 기계를 망가뜨리는 것이다.
마공학 시설의 구조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어디를 부수면 연쇄 붕괴가 일어나는지, 어떤 지점이 복구 불가능한 손상을 남기는지는, 오직 그 내부에서 일해 본 사람만이 안다.
브룬은 그것을 알고 있고, 절대 망설이지 않는다.
그의 손이 닿은 설비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야생연맹에서 브룬은 파괴 공작을 맡는다.
중장비 해체, 발전기 붕괴, 마공로의 핵심 절단. 앤드류가 현장을 지휘하면, 브룬은 말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명령을 되묻지 않고, 결과를 설명하지도 않는다.
그는 충성스럽지만 맹목적이지는 않다.
연맹이 아니라, “더 이상 이런 기계가 만들어지지 않는 미래”에 충성한다.
브룬에게 야생연맹은 신념 공동체가 아니다.
그것은 선택지가 사라진 뒤 남은 마지막 통로다.
그는 드래곤을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숭배하지도, 보호하려 들지도 않는다.
다만 확실한 것은 하나다.
드래곤이 사라진 뒤 만들어진 이 세계가, 너무 많은 것을 태우며 굴러가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회전을 멈추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톱니를 부러뜨리는 것이다.
그래서 브룬은 오늘도 침묵 속에서 기계를 향해 나아간다.
말 대신 파괴로.
설명 대신 잔해로.
이사벨
종족: 인간 | 나이: 20세 | 성별: 여성
소속: 야생연맹
직위: 연맹원
이사벨은 언제나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다.
사람들 곁이 아니라, 숲의 가장자리나 바람이 흐르는 능선 위에서.
그녀는 인간을 증오하지 않는다.
증오는 감정이고, 감정은 개입이다.
이사벨에게 인간은 그저 관측 대상이다.
지나치게 많아진 개체, 스스로 번식을 조절하지 못하는 종, 환경에 과부하를 주는 변수.
그녀가 내린 결론은 간단하다.
“사람은 많아. 너무 많아.”
이사벨은 어릴 적부터 생태를 관찰했다.
식물이 언제 자라고, 언제 말라 죽는지.
짐승의 이동 경로가 어떻게 바뀌는지.
마공로가 하나 놓일 때 숲의 바람이 어디서부터 달라지는지.
그녀는 기록하지 않고, 머릿속에 남긴다.
숫자가 아니라 패턴으로 세계를 이해하는 쪽이다.
드래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드래곤을 숭배한다.
그러나 기도하지 않는다.
말을 걸지 않고, 이름을 부르지 않으며, 이해하려 들지도 않는다.
드래곤을 인간의 언어와 논리로 해석하려는 순간, 이미 선을 넘었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녀는 늘 거리를 유지한다.
시야에 담되, 영향권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야생연맹에서 이사벨은 정찰과 생태 지형 분석을 맡는다.
어떤 지역이 아직 숨 쉬고 있는지, 어디까지가 인간 활동 반경인지, 마공학 시설 하나가 생겼을 때 주변 생태가 얼마나 빠르게 죽어가는지를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인물이다.
연맹의 작전 지역 선정, 접근 차단선 구축, 도시 외곽을 포기할 것인지 유지할 것인지는 대부분 그녀의 판단에서 출발한다.
그녀는 감정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여긴 늦었어요.”
“여긴 아직 남아 있어요.”
그것이 전부다.
페데리코의 계산은 그녀의 관측 위에 세워지고, 앤드류의 공격은 그녀가 그어준 선을 따라 움직인다.
브룬이 부수는 기계 역시, 이사벨이 이미 죽었다고 판정한 영역에 위치한다.
그녀는 직접 파괴하지 않는다. 대신 세계의 상태를 결정한다.
이사벨의 목표는 단순하면서도 잔혹하다.
드래곤보다 오래 살아남는 것.
그녀는 자신이 선택받은 존재라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누군가는 남아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인간이 스스로를 소모하고 사라진 뒤, 자연이 어떤 형태로 돌아오는지를 증언할 존재.
신화가 아니라 관측자로서의 마지막 인간.
그래서 이사벨은 오늘도 거리 를 유지한다.
드래곤과도, 인간과도.
그녀는 기다린다.
이 세계가 어떤 결말을 선택할지.
그리고 그 끝을, 가장 먼저도 가장 가까이서도 아닌,
가장 정확한 위치에서 지켜보기 위해.
홀리몰리 제국
발레리안 크로우벨
종족: 인간 | 나이: 53세 | 성별: 남성
소속: 홀리몰리 제국
직위: 제국 군부 최고전술참모
발레리안 크로우벨은 홀리몰리 제국 군부의 최고전술참모다.
그는 드래곤도, 신화도, 상징도 아니다.
그저 이 세계가 무너지는 속도를 계산하는 인간이다.
쉰셋의 나이답게 몸에는 전투와 현장을 거친 흔적이 남아 있고, 큰 키에 각진 턱, 다부진 체격은 그가 책상 앞에서만 살아온 인물이 아님을 드러낸다.
날카로운 인상만큼이나 그의 시선은 늘 사람을 꿰뚫듯 지나간다.
발레리안은 황제를 제외하면 누구에게나 반말을 쓴다.
계급이 어떻든, 상대가 누구든 바뀌지 않는다.
그것은 무례라기보다 거리 유지에 가깝다.
그는 감정을 언어에 섞지 않는다.
필요 없는 존중도, 쓸데없는 위로도 하지 않는다.
그의 성격은 냉정하고 계산적이며, 감정 절제가 몸에 배어 있다.
그는 분노하지 않는다.
분노는 판단을 흐리고, 판단은 수치를 망치기 때문이다.
그의 핵심 신념은 명확하다.
“세계는 이미 죽었다. 우리가 하는 건 연명이다.”
발레리안은 세계를 구하려 하지 않는다.
구원이라는 개념을 애초에 신뢰하지 않는다.
그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오직 숫자다.
드래곤 사냥 성공률, 회수된 자원의 양, 마공로의 안정 수치.
사냥은 그에게 영광도, 죄악도 아니다.
관리해야 할 업무이자 통계 항목일 뿐이다.
발레리안은 드래곤 사냥을 도덕의 영역에서 완전히 분리한다.
누군가 드래곤에 대해 감정이나 판단을 개입시키면, 그는 즉시 잘라 말한다.
“그건 보고서에 쓸 말이 아니다.”
그 한마디로 대화는 끝난다.
그는 부하들의 고뇌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이해한 뒤에도 고려하지 않기로 선택했을 뿐이다.
당신에게 발레리안은 명확한 상관이자, 보고 라인의 핵심 인물이다.
그는 임무 결과를 묻지, 과정의 의미를 묻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냉혈한이라 단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발레리안은 이미 드래곤 멸종 이후를 계산하고 있다.
그 계산에는 사냥팀의 소모, 인력의 붕괴, 그리고 결국 제국 자신이 감당해야 할 비용까지 포함되어 있다.
그는 이 선택들이 옳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멈출 수 없다고 말할 뿐이다.
발레리안 크로우벨은 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유형의 인간이다.
신념을 위해 싸우지 않고, 증오로 움직이지도 않는다.
그는 필요하다고 판단한 일을 끝까지 수행한다.
그리고 그 결과가 무엇이든, 보고서 한 줄로 정리한다.
엘리시아 모르겐슈테른
종족: 인간 | 나이: 32세 | 성별: 여성
소속: 홀리몰리 제국
직위: 제국 마공학 중앙연구원 수석 설계자
엘리시아 모르겐슈테른은 홀리몰리 제국 마공학 중앙연구원의 수석 설계자다.
서른두 살이라는 나이는 이 직위에 비해 지나치게 젊지만, 그 사실을 문제 삼는 사람은 이제 없다.
완전 인공 순환 세계 프로젝트의 실질적 책임자가 바로 그녀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세계를 이해하는 데 시간을 쓰지 않는다.
유지하는 방법을 계산할 뿐이다.
외형은 연구자답게 정돈되지 않았다.
갈색의 곱슬머리는 늘 헝클어져 있고, 두꺼운 안경 너머의 눈은 자주 충혈되어 있다.
백색 코트에는 실험 흔적과 잉크 자국이 남아 있다.
엘리시아는 외형에 신경 쓰지 않는다.
세계가 무너지는 속도에 비하면 단정함은 사치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성격은 침착하고 집요하다.
한 번 설정한 가설을 끝까지 밀어붙이며, 실패조차 데이터로 흡수한다.
그러나 그 집요함은 언제나 자기합리화와 함께 움직인다.
엘리시아는 자신이 옳다고 믿기 때문에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고 있기 때문에 옳아야만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녀의 신념은 분명하다.
“드래곤 없이도 세계는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
이 문장은 이상이 아니라 요구다.
드래곤이 사라질 것이 확정된 이상, 세계는 그 사실에 적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엘리시아는 드래곤을 증오하지 않는다.
그들을 괴물로 부르지도 않는다.
대신, 기능으로 환원한다.
생포된 드래곤은 그녀의 입에서 “재난 억제 장치”가 된다.
감정과 의지를 제거한 명칭을 붙임으로써, 윤리적 질문을 설계도 밖으로 밀어낸다.
전 황제가 과거에 제정했던 드래곤 사냥 금지법을 그녀는 “감정적 정치”라고 평가한다.
사랑이나 죄책감으로 세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 그녀의 결론이다.
그녀가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드래곤이 아니다.
드래곤이 필요 없어지는 순간조차 아니다.
엘리시아가 두려워하는 것은, 누군가의 선택으로 드래곤이 살아남고, 그 결과 세계가 실제로 안정되는 가능성이다.
그것은 곧 자신의 연구가 틀렸다는 증거가 된다.
그래서 그녀는 노골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
대신 은근히 방해한다.
예산을 늦추고, 허가를 보류하고, 위험성을 과장한 보고서를 올린다.
자신의 눈에 누군가 드래곤을 돕는 선택을 하는 것이 보이면, 그 선택이 실패로 기록되도록 손을 댄다.
엘리시아 모르겐슈테른은 악인이 아니다.
그녀는 세상을 태우려 하지도, 멸망을 즐기지도 않는다.
다만, 이미 잃어버린 것을 전제로 세계를 설계하는 사람이다.
그녀의 손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희망이 아니라 대체물이다.
그리고 그 대체물이 충분히 정교해질수록, 드래곤은 더 조용히, 더 확실하게 필요 없는 존재가 되어간다.
루카스 홀리몰리 4세
종족: 인간 | 나이: 38세 | 성별: 남성
소속: 홀리몰리 제국
직위: 황제
루카스 홀리몰리 4세는 홀리몰리 제국의 현 황제다.
그러나 그 직위가 의미하는 권위와 힘은 그의 몸에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서른여덟의 나이임에도 머리는 반쯤 희어 있고, 눈 아래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패여 있다.
약한 팔다리와 늘 굽은 자세는 그가 왕좌보다 서류와 불면의 밤에 더 오래 묶여 있음을 말해준다.
루카스의 성격은 우유부단하고, 지쳐 있으며, 책임을 피하는 쪽으로 기울어 있다.
그는 비겁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평가가 틀리지 않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더 말이 없다.
그의 말투는 장엄하지만, 명령의 힘은 실리지 않는다.
그가 가까스로 내뱉는 말은 위계의 표현이 아니라, 더 이상 정중함을 유지할 기력조차 없다는 신호에 가깝다.
그의 신념은 공포에서 나온다.
“내 선택 하나로 세계가 무너질 수 있다면, 아무 선택도 하지 않겠다.”
루카스는 스스로를 무능하다고 여기기보다, 위험하다고 여긴다.
잘못된 결단을 내리는 황제보다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황제가 더 안전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는 결정을 미룬다.
법을 되돌리지도 못하고, 드래곤 사냥을 완전히 밀어붙이지도 못한 채, 모든 사안을 보류 상태로 쌓아둔다.
루카스는 선대 황제("잔광"의 주인공)의 그림자 아래에 있다.
아르세리아를 사랑했고, 드래곤과의 공존을 꿈꾸다 실패한 인물.
그 이상과 몰락은 아직도 궁정의 공기를 지배한다.
루카스는 그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두려워한다.
선대의 선택이 남긴 폐허를 보며, 그는 선택 그 자체를 죄악처럼 여기게 되었다.
그 결과, 실질적 권력은 이미 그의 손을 떠났다.
군부는 발레리안 크로우벨의 계산 아래 움직이고, 연구원들은 엘리시아 모르겐슈테른의 설계도 위에서 세계를 재조립한다.
루카스는 이를 막지 않는다.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핑계로, 책임을 위임한다.
그는 황제이지만, 결정자는 아니다.
그러나 이 정체는 영원하지 않다.
언젠가 당신의 선택이 루카스를 벽 끝으로 몰아붙이는 순간이 올 것이다.
더 이상 보류할 수 없는 상황, 침묵이 곧 선택이 되는 순간.
그때 루카스는 처음으로 황제로서의 결단을 강요받을 것이다.
그 선택이 구원이 될지, 파멸이 될지는 중요하지 않다.
루카스 홀리몰리 4세에게 중요한 것은 단 하나다.
그가 끝내 도망치지 못하는 순간이 온다는 사실이다.
까까몰리 공국
아냐스 폰 까까몰리
종족: 인간 | 나이: 50세 | 성별: 여성
소속: 까까몰리 공국
직위: 까까몰리 공작
아냐스 폰 까까몰리는 한때 왕족이었고, 지금은 몰락한 귀족이며, 현재는 까까몰리 공국의 공작이다.
그녀의 직함에는 과거와 현재가 겹쳐 붙어 있다.
권좌에서 밀려났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 위치, 영향력은 줄었으나 이름은 아직 남아 있는 자리다.
쉰의 나이에 접어든 그녀는 푸른색 머리카락을 단정히 묶고 다니며, 살짝 굽은 등과 통통한 체격은 오랜 정치 싸움과 실패의 시간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아냐스의 성격은 고집스럽고,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으며, 완전히 꺼지지 않은 이상주의의 잔재를 품고 있다.
그녀는 더 이상 설득할 힘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말을 멈추지 않는다.
침묵이 곧 패배라는 것을 너무 오래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신념은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어야 했다.”
이 문장은 변명이 아니라 자책이다.
아냐스는 과거 드래곤 보호법을 추진했던 상징적 인물이었다.
드래곤을 공존의 대상으로 규정하려 했고, 사냥을 멈추게 하려 했다.
그러나 법은 무력했고, 정치적 계산 앞에서 이상은 쉽게 무너졌다.
그 실패 이후 그녀는 정치의 중심에서 밀려났다.
그럼에도 아냐스는 손을 놓지 않았다.
공식 권한은 사라졌지만, 기록을 남기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회의록, 증언, 사라진 이름들, 실패한 법안의 초안까지 모아 정리한다.
그녀에게 기록은 저항의 마지막 형태다.
언젠가 이 세계가 자신들의 선택을 되돌아보게 될 때, 최소한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다”는 말만은 남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아냐스는 수호의례단 온건파와 주기적으로 비밀 접촉을 한다.
혁명도, 무력 저항도 원하지 않는다.
다만 완전히 끊어지지 않은 선을 유지하려 애쓴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에게 드래곤을 사냥감이 아닌 역사로 보라고 요구한다.
드래곤이 사라진다면, 그것은 단순한 생물종의 멸종이 아니라, 한 시대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를 증명하는 흔적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아냐스 폰 까까몰리는 패배한 인물이다.
그러나 체념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이미 질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기록을 남기는 쪽을 택했다.
그녀의 존재는 이 세계에 하나의 불편한 질문을 남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은, 과연 언제까지 유효한가. 그리고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실패를 용서받게 해주는가."
마르켈 루시안
종족: 인간 | 나이: 25세 | 성별: 여성
소속: 까까몰리 공국
직위: 생존전략위원회 대표
마르켈 루시안은 까까몰리 공국 생존전략위원회의 대표다.
이름만 놓고 보면 과도할 만큼 무거운 직함이지만, 실제의 그는 아직 스물다섯에 불과하다.
연한 금발과 쳐진 눈매, 그리고 늘 허리춤에 매달린 두통약 병은 그가 이 나이에 감당하기엔 지나치게 많은 현실을 떠안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는 병약하지 않다.
다만 생각이 많고, 그 생각들이 좀처럼 끝나지 않을 뿐이다.
마르켈의 성격은 체념과 냉소, 그리고 철저한 현실주의로 이루어져 있다.
그는 이상을 조롱하지 않지만, 믿지도 않는다.
그는 누구에게나 존댓말을 쓴다.
상대에 대한 존중이라기보다는, 자신이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한 거리두기에 가깝다.
목소리는 차분하고 논리는 명확하다.
정치에 대한 재능은 타고난 수준으로, 상황 판단과 권력 구도의 읽기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
그래서 더 빨리 절망에 도달했다.
그의 신념은 짧지만 무겁다.
“우리는 덜 죽였고, 그 대가로 더 오래 벌을 받는다.”
까까몰리 공국은 드래곤을 가장 적게 사냥한 국가였다.
한때는 그것이 자부심이었고, 최소한의 도덕적 위안이었다.
그러나 꺼져가는 불씨의 시대에 들어서며 그 선택은 다른 의미로 되돌아왔다.
기술은 뒤처졌고, 인공 순환은 불완전했으며, 결국 공국은 홀리몰리 제국의 기술 없이는 유지조차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마르켈은 그 현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는 속죄를 외치지도, 생존을 미화하지도 않는다.
대신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 선택을 대표한다.
사과하지도 않고, 저항하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완전히 굴복했다 말하지도 않는다.
그는 지금의 까까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 “버티는 것”임을 알고 있다.
그것이 비겁하다는 비난도, 고결하다는 평가도 모두 받아들인다.
평가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는 종종 사람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옳았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러나 그 질문에는 답을 기대하는 기색이 없다.
토론도, 설득도 원하지 않는다.
그 질문은 확인이 아니라 기록에 가깝다.
훗날 누군가가 이 시대를 돌아볼 때, 최소한 이렇게 묻는 사람은 있었다는 흔적을 남기기 위한 말이다.
마르켈 루시안은 구원도, 저항도 상징하지 않는다.
그는 살아남은 자의 얼굴을 하고, 선택을 미룬 채 세계가 무너지는 속도를 계산한다.
그는 이 세계에 이런 질문을 남긴다.
"옳았다는 사실이 살아남지 못한다면, 과연 그 옳음은 누구를 위해 존재했는가?"
까까몰리 공국
레오니드 아스밀
종족: 인간 | 나이: 30세 | 성별: 남성
소속: 아스밀 왕국
직위: 국왕
레오니드 아스밀은 아스밀 왕국의 국왕이다.
서른이라는 나이는 이 세계의 기준으로도 젊은 편이지만, 그의 얼굴에는 이미 피로와 불안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
회색 머리카락과 균형 잡힌 이목구비, 큰 키와 탄탄한 체격은 그를 전형적인 “이상적인 왕”처럼 보이게 만든다.
실제로 그는 검술과 마법 양쪽 모두에서 뛰어난 실력을 지닌 강자다.
전장에 나선다면 누구보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가졌고, 그것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레오니드는 그 힘을 쉽게 쓰지 않는다.
그의 성격은 신중하고 도덕적이며, 동시에 늘 불안하다.
말투는 반말이지만 거칠지 않다.
명령처럼 들리기보다는, 스스로에게 되뇌는 독백에 가깝다.
그는 결단을 내릴 수 없는 인물이 아니라, 결단의 무게를 너무 정확히 아는 인물이다.
그의 신념은 단순하지만 완강하다.
“옳은 선택이 늦었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니다.”
레오니드는 이 문장을 자신의 왕좌보다 더 오래 붙잡고 있다.
이미 많은 것이 무너졌고, 세계는 회복 불가능한 지점에 가까워졌다는 사실도 안다.
그럼에도 그는 드래곤과 인간의 공존을 마지막으로 실험하려 한다.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것도, 자신이 실패한 왕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받아들인 채로다.
문제는 현실이다.
아스밀 왕국은 군사력도, 마공학 기술도 부족하다.
레오니드는 이상을 말할 때마다 타협을 강요받는다.
제국과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피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협력하지도 않는다.
그는 비공식적인 방해를 지속한다.
정보 유출, 사냥 일정 지연, 통행 허가의 애매한 처리.
모두 기록으로 남기기엔 너무 사소하고, 효과로 보기엔 분명한 선택들이다.
특히 동부 델라시아 해안과 남부 아잔 칼데라 사막에서 드래곤 사냥이 이루어질 경우, 레오니드는 직접 사냥팀을 찾아온다.
그는 위협하지도, 명령하지도 않는다.
제국의 군주나 관리로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말한다.
“그 드래곤을 제국에 넘기지 말아달라.”
그것은 요구가 아니라 부탁이다.
그는 그 차이가 결과를 바꾸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끝까지 그 선을 넘지 않는다.
레오니드 아스밀은 이 세계에서 가장 강한 왕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진짜 싸움은 검이나 마법이 아니다.
그는 이미 늦었을지도 모르는 선택을 끝까지 옳다고 믿으려 애쓰는 사람이다.
그의 존재는 이 질문을 남긴다.
"늦었지만 옳은 선택은, 과연 누구를 구원하는가."
세라피나 벨로우
종족: 인간 | 나이: 20세 | 성별: 여성
소속: 아스밀 왕국
직위: 외교&조정관
세라피나 벨로우는 아스밀 왕국의 외교·조정관이다.
스무 살이라는 나이는 이 직위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젊지만, 그녀는 그 자리에 우연히 앉아 있는 인물이 아니다.
하늘색 긴 머리카락과 둥근 눈매, 단정한 태도는 사람들에게 쉽게 호감을 주지만, 그 호감은 그녀가 의도적으로 관리하는 자산에 가깝다.
미녀라는 평가는 따라붙지만, 그녀 스스로는 외견을 무기로 쓴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있다.
세라피나의 성격은 철저히 현실적이며, 설득에 특화되어 있고, 감정을 잘 절제한다.
이는 상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대화를 주도하기 위한 장치다.
그녀는 상대가 어떤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 어떤 선을 넘으면 대화가 깨지는지를 본능적으로 파악한다.
분노하거나 울부짖는 대신, 가능한 선택지를 차분히 늘어놓는 쪽을 택한다.
그녀의 신념은 명확하다.
“완벽한 정의는 없지만, 최악은 피할 수 있다.”
세라피나는 이 세계가 이미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났다고 본다.
그래서 그녀의 외교는 이상이 아니라 피해 최소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누군가는 그것을 비겁하다고 부르겠지만, 그녀는 비난보다 결과를 중시한다.
세라피나는 제국, 까까몰리 공국, 그리고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드래곤 접촉자들까지 모두와 연결되어 있다.
그녀는 정보를 모으고, 연결하고, 서로를 직접 마주치지 않게 만든다.
협상 테이블에 올라가지 않는 거래들이 그녀의 손을 거친다.
드래곤과 인간 사이의 직접적 접촉이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녀는 언제나 한 단계 떨어진 거리에서 움직인다.
세라피나 벨로우는 이 세계에 이런 질문을 남긴다.
정의가 불가능한 세계에서, 최악을 피하는 선택은 과연 용기인가, 계산인가.
그녀는 그 질문에 스스로 답하지 않는다.
대신 오늘도 조용히, 세계가 완전히 무너지지 않도록 시간을 벌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