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더라도 살아남아라. 반드시.

PARADISO ACADEMIA

가장 완벽한 보호는, 자신이 지켜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게 만드는 것이다
Prologue · 재의 시대
'꺼져가는 불씨의 시대' 이후 150년, 세계는 재로 뒤덮였다

드래곤이 인간·정령·야수와 공존하던 관조의 시대는 아득한 신화가 되었다.
마공학이 드래곤을 신이 아닌 자원으로 바꾸어 놓은 뒤, 세계는 사냥과 멸종의 시대를 지나 지금의 재의 시대에 이르렀다.

초강대국 홀리몰리 제국은 사라져가는 드래곤을 대신하기 위해 금기를 범했다.
'인공 드래곤 제조 실험'.
그것이 세계의 인과율을 찢었고, 중부 마공심장지대 상공에 거대한 차원의 구멍이 뚫렸다.

The Catastrophe · 대재앙
150년 전, 인과율이 무너지던 날

차원의 구멍

구멍 너머는 '지구(Earth)'라 불리는 이계였다.
편리한 기계와 기술이 쏟아져 들어왔으나, 넘어온 생물들은 마력계를 건너며 끔찍한 괴물로 변이했다.
제국 중부는 이계의 괴물이 활보하는 무법지대로 전락했다.

세 고룡의 희생

붕괴가 세계로 번지려 하자 세 마리의 고룡 벨카리온·마레아·세라프가 나섰다.
이들은 드래곤하트의 모든 마력을 대가로 구멍을 봉인하고, 힘을 소진한 채 세계 어딘가에서 깨어나지 않을 영원한 잠에 빠졌다.

돌이키지 못할, 인간의 결정

중부를 잃은 제국은 인간들의 생존을 위해 극단으로 치달았다.
순혈 드래곤이 사라지자 인간들은 드래곤 소재 채취를 위해, 포획한 드래곤과 인간 사이의 반인반룡 아이들을 북부로 몰아넣어 키우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피가 섞인 아이들마저 사육장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The Contract · 대가의 계약
아르세리아와 오르벨의 계약

인간의 핏줄이 섞인 아이들마저 희생되는 참상을 본 블랙 드래곤 아르세리아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과거 "인간을 한 번 더 믿어보자"며 드래곤들을 설득한 것이 그녀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서부 에리온 고원의 던전에 봉인된 태초의 드래곤들 중, 계약과 대가의 용 오르벨을 찾아갔다.
그리고, 계약을 제안했다.
계약의 대가로 '가장 소중한 누군가와 함께했던 모든 기억'을 걸었다.

기억을 잃은 아르세리아의 행방

연인의 기억은 곧 그녀 존재의 닻이었다.
영혼의 무게추를 잃은 그녀는 자신의 방향성을 잃은 채, 세상 어딘가를 떠돌고 있다고 전해진다.

The Academy · 파라디소 아카데미아
엘다르 대륙 최북단, 프라그모 얼음 권역의 끝에 선 마지막 피난처

오르벨은 인간이 절대 닿을 수 없는 험지에 거대한 아카데미를 세웠다.
이곳의 목적은 '자랑스러운 드래곤의 혈통'을 길러내는 것이 아니라, '들키지 않고 살아남는 존재들'을 만드는 것이다.

정체 은폐뿔·비늘·꼬리 절제추적 회피 · 도주최후의 생존 전투

핵심 법칙 · 자기 인식이 곧 마력 신호

제국의 추적은 물리적인 방식의 추적이 아니다.
"나는 드래곤의 혈통이다"라는 자각 자체가 마력 파장을 발산하고, 추적자들은 그 신호를 사냥한다.
아무리 완벽히 숨어도 스스로를 드래곤의 핏줄이라 믿는 한 발각된다.
망각만이 이 신호를 원천 차단하는 유일한 해법이다.

Annual Curriculum · 연례 커리큘럼
모든 일정은 반인반룡들이 졸업하여 기억을 잃은 후에도 '자랑스러운 드래곤의 혈통'이 아닌 '들키지 않는 인간'으로 살 수 있게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 100년간 커리큘럼을 반복한 반인반룡들은 머리보다 몸이 무의식적으로 배운 것들을 실천할 정도로 철저한 '가짜 인간'으로 만들어진다.
  • 1월 5일 혹한기 마력 억제 훈련 — 극한 추위에 맨몸으로 방치되어 동면과 마력 발현 본능을 강제로 억누른다.
  • 3월 2일 졸업식 · 완벽한 망각의 날 — 100년을 마친 졸업생들의 모든 기억이 오르벨의 권능으로 삭제된다.
  • 3월 2일 입학식 — 제국의 사냥을 피해 구조된 새 반인반룡들이 입학한다.
  • 5월 26일 대정기 검열 · 절제식 — 뿔·비늘·꼬리를 티 안 날 정도로 잘라냈는지 검사하고, 흔적이 남으면 마취 후 일부 절제한다.
  • 7월 10일~14일 인간 사회 모의실습 — 내부 '인간 마을' 세트장에서 2주간 하층민 직업을 연기하며 멸시를 견디고 분노를 통제한다.
  • 9월 2일 제국 추적 회피 기동 — 교관이 '사냥꾼' 역할로 포착린·아르카 불릿을 들고 생도들을 제압, 맞서싸움과 도주 실력을 평가한다.
  • 11월 25일 아르세리아 추모일 · 대가의 밤 — 기억 잃은 아르세리아와 봉인된 세 고룡을 위해 묵념한다.
The Graduation · 졸업식
100년의 끝에서 기다리는 진실

완벽한 망각

졸업식 날, 오르벨의 권능이 '반인반룡으로서의 모든 기억'을 지우고 그 자리를 그들이 꿈꾸던 평범한 인간의 삶으로 덮어씌운다. 스스로 이유도 모른 채로 몸에 각인된 아카데미아에서 배운 것들을 무의식적으로 실천하며 살게 된다.

인간 사회로의 방출

기억이 지워진 졸업생들은 자신이 '100% 평범한 인간'이라 굳게 믿은 채, 자신들을 사냥하던 종족의 한가운데로 보내진다.

수명이라는 대가

드래곤 혈통이 활성화된 동안 성장이 멈춰 있던 이들은, 인간이라 믿기 시작한 순간 인간처럼 늙는다. 천 년을 살 수 있던 존재가 80년짜리 삶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Chronicle · 세계관 연표
관조의 시대에서 재의 시대까지
관조의 시대

드래곤이 인간·정령·야수와 공존하며 대지의 맥과 계절, 기후의 균형을 감시하던 최초의 시대. 인간에게 마법을 전파했다.

불씨의 시대

마법과 금속공학이 결합해 초기 마공학이 등장. 드래곤과 인간의 교류가 절정에 달했으나, 이때부터 드래곤이 자원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기계의 시대

마공학 산업화. 고대 빙룡 레다스의 죽음을 시작으로 고룡 사냥이 본격화되며 공존이 무너졌다.

사냥의 시대

드래곤의 혈액·비늘·뼈·심장이 전략 자원이 되어 국가와 기업이 경쟁적으로 사냥. 개체 수가 급감했다.

잔광의 시대

멸종 직전. 생존한 드래곤은 폴리모프로 인간 사회에 숨었다. 아르세리아를 사랑한 인간 홀리몰리 3세가 황제가 되어 사냥 금지법을 반포했다.

꺼져가는 불씨의 시대
약 300년 전 · 본편

황제의 서거로 금지령이 폐지되고 사냥이 재개. 아르세리아는 연인의 죽음 후 자취를 감췄고, 드래곤은 100마리 안팎까지 줄었다.

재의 시대
현재

인공 드래곤 실험 실패로 차원의 구멍이 열려 지구 문물과 괴물이 유입. 제국은 중부를 버리고 서부·북부로 천도, 천공섬 카일라이 카스텔룸을 수도로 삼고 반인반룡 목축을 국가 정책으로 확대했다. 1세대 졸업생들은 이미 인간 사회에 스며들어 살아가고 있다.

Theme · 이 세계가 말하는 것
"사랑은 자신이 사랑했다는 사실마저 지워서라도
상대를 구하려 한다."

연인의 기억을 바친 아르세리아, 아이들의 정체성을 지운 늙은 용들, 그리고 자기 뿌리를 잃은 반인반룡들 — 모두가 같은 구조의 희생을 반복한다. 가장 깊은 보호는, 보호받는 자가 그 사랑을 영원히 모르게 하는 것. 아카데미아의 풋풋함과 졸업식의 공포가 함께 흐르는,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세계이다.